‘하얀 석유’ 리튬의 가격 폭락, 전기차 산업에 미칠 영향은?
1. 서론: '하얀 석유' 리튬, 그 가치의 전환점
전기차 산업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Lithium)은 지난 10여 년간 '하얀 석유(white oil)'라는 별칭과 함께 높은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배터리의 핵심 구성물질로써 리튬의 중요성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리며 급부상했지만, 최근에는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리튬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배터리 산업과 원자재 시장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리튬 가격의 급락 원인 분석
1) 공급 과잉 현상
중국, 호주, 남미 삼국(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을 중심으로 한 리튬 생산 확대는 공급 과잉을 야기했다. 특히 중국 내 다수의 리튬 제련소가 상업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량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가격 하방 압력이 가속화되었다.
2) 전기차 수요 둔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기조,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 등의 영향으로 주요 국가(미국, 유럽, 중국 등)의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재고 축적을 줄이고 보수적인 조달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리튬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3) 투기적 과열에 따른 반작용
2021~2022년 사이 리튬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며 투기적 투자 수요가 과열된 점도 현재 하락세의 배경 중 하나다. 당시 톤당 70,000달러에 달했던 리튬 가격은 2024년 말 기준 약 20,00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였다. 이러한 급격한 조정은 공급자, 수요자 모두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3. 산업별 영향 분석
1) 전기차 제조사
리튬 가격 하락은 전기차 제조원가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기업에는 긍정적이다. 특히 테슬라, 현대차, BYD 등 대규모 배터리 공급망을 보유한 제조사들은 원가절감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리튬 가격의 불안정성은 향후 장기 조달 계약 및 전략 수립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2) 배터리 생산업체
LG에너지솔루션, CATL, 삼성SDI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원재료 조달 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단기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리튬 광산 개발 및 확보에 투자한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 가능성, 투자 축소 등은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3) 자원개발 및 광산업체
리튬 생산에 집중하던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들의 경우, 직접적인 수익 감소와 함께 채굴 프로젝트의 축소 또는 중단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와 남미 일부 신규 프로젝트는 수익성 부족으로 인해 지연 또는 백지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4. 향후 전망과 시사점
1) 가격 반등 가능성
현재 리튬 가격의 급락은 단기적인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장기 수요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에너지 저장장치(ESS), 항공·해양용 배터리 등 리튬 수요처의 다변화가 기대된다.
2) 전략적 자원 관리의 중요성
리튬은 비단 배터리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도 핵심 전략 광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리튬 자원의 확보와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최근 '국가핵심광물 전략'을 통해 리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3) 기술 혁신과 리사이클링 시장의 부상
리튬 가격의 변동성이 심화됨에 따라, 기존 폐배터리로부터 리튬을 회수하는 재활용(Recycling) 기술이 산업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튬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은 향후 리튬 수급 안정화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5. 결론
리튬 가격 하락은 단기적으로 일부 산업군에는 원가 절감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불안과 자원개발 축소, 시장 불확실성을 동반하는 이중적 측면을 지닌다. 앞으로의 관건은 글로벌 수요 회복과 함께 공급의 균형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전기차 시대의 중핵 자원인 리튬의 가치 변화는 곧 에너지 전환의 전략적 기조와도 직결되며, 이에 대한 다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